다비다모자원

[로고]다비다모자원

게시판

엄마에게 안정과 자립을   자녀에게 꿈과 희망을   다비다모자원이 이루어갑니다.

가족선택 함구증

페이지 정보

작성자 : 다비다 작성일2016-09-08 11:43 조회 : 6,586회 댓글 : 0건

본문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뭐 대단한 철학인양 내세울 때 우리는 ‘개똥철학’이야기를 한다. 굳이 말하자면 엉터리철학이다. 집집마다 개똥철학은 하나씩 있다. 옛날에는 ‘가화만사성’이니 ‘충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등 흔히 교훈이나 급훈으로 사용되던 바 있다. 최근에는 ‘섬기는 집’‘대화가 통하는 집’ 등 보다 심리적 교류에 관한 인간적 메시지들을 담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과연 ‘가화’가 되고 ‘효’가 되고 ‘윗물이 맑고’‘섬기고’ 대화가 잘 통‘하는가 말이다. 그저 되지도 않을 이야기들을 우리집의 핵심 키워드인양 말하니 그야말로 개똥철학이다.

 

  대화가 30분 미만이라는 우리나라 가정대화통계를 보면 우리는 참으로 ‘과묵한 민족’이다. 다만 모두에게 과묵한 것은 아니고 ‘굳이’ 가족에게만 과묵한 가족이다. 정신병리현상 중에는 ‘선택적 함구증’이라는게 있다. 즉 보통 때는 말을 잘 하면서도 특정한 상황, 특히 학교나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사회적 의사소통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언어에 대한 지식이나 없거나 그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며, 정신분열증 등 다른 장애로 발생한 것이 아닌 것이 대개 최소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이 상황은 선택적 함구증이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들의 증상과 흡사하다. 보통 때는 말을 잘하면서도 집에만 들어오면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가족 의사소통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언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 없으며, 기타 정신이 멀쩡한데도 1개월은 고사하고 그 이상의 세월을 말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돈이 필요할 때 자녀들은 있는 힘을 다해 서러움의 카드를 꺼내고, 불만이 터져나올 때는 유명한 래퍼 아웃싸이더의 속사포 랩보다 더 빠르다. 군림의 키워드로 소리를 지르고, 통제의 도구로 눈물을 쏟아낸다.

 

   누가 카드 꺼내라 했나, 누가 알아듣지도 못할 빠른 랩을 하랬나, 누가 소리지르라했나, 그리고 누가 질질 짜라고 했나. 말을 하라고 했을 뿐이다. 말을 하라니 도리어 엉뚱한 행동을 하니 그야말로 ‘불통’이다. 그리고 ‘불통’은 곧 ‘함구’로 다시 이어진다. 개똥철학과 정신병리과의 관계는 이렇게 순환적이다.

 

  한 광고에 보니 이런 내용이 나온다. 밥 한번 사준 선배에겐 "형 고마워", 매일 밥을 해주신 엄마에겐 "국이나 줘", 여자친구 생일엔 "축하해", 부모님 생신엔 "엄마 생일이었어?", 5분 기다려준 동료에겐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평생을 기다려준 부모에겐 "왜 나왔어" 부모님께 이런 말 해본 적 있나요? "고마워요. 엄마" 말 한 마디가 효도입니다. 누가 모를소냐.

 

 우리 가족의 개똥철학과 함구, 이 두 가지의 악순환과 큰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즘 많이들 아는 ‘미사고’, 즉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족이 ‘언어’를 몰라서 ‘동사’를 몰라서 그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애들이야 2~3개 국어는 좔좔하는 시대이고, 몇 개 국어씩 몰라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봉주르, 이히 리베 디히, 티 아오! 이런 정도의 말은 대부분 안다. 이렇게 사랑한다 고맙다의 관련 단어들을 찾아가며 외국친구들과 SNS도 하는 요즘 사람들이게 ‘미사고’는 이미 말의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미사고’는 ‘용기’라는 보다 추상적인 주제이다. ‘용기’‘용감함’이라는 주스가 있으면 한 사발 들이키고 ‘미사고~!’하고 외치련만, 어느 마트에도 어느 편의점에도 ‘용기’를 파는 곳은 없다. 오늘 이 글에서 ‘용기’를 대박세일할 참이다. 누구나 마시는 옹달샘처럼 퍼가도록할 참이다. 새벽토끼도 마시러 오는 옹달샘처럼, 아버지도 어머니도, 첫째도 막내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손자 손녀도 와서 마실 무료 ‘용기’를 팔 생각이다. 자 방법을 들어보라.  

 

 작은 쪽지에 ‘용기’라고 써보라. 그리고 그 종이를 가로로 한번 다시 세로로 한번 접어보라 그리고 손에 꼭 쥐고 ‘미사고~!’하고 외쳐보라.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 중에 가장 쉬운 말을 골라보라. 보통은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선택한다. 그럼 다시한번 쪽지를 손에 쥐고 ‘고마워요~!’라고 외쳐보라.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라. 아버지,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에게 하나씩 문자를 보내보자. 가장 쉬운 대상부터 시작하자. 엄마에게, 동생에게, 할머니에게, 할아버지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내보자. 똑같은 내용을 이름만 바꾸어 보내자. 

 

 잘 했다! 그리고 작은 쪽지를 더 준비하자. 문자로 보낸 내용을 글로 써보자. ‘엄마, 고마워요’ ‘아버지, 고마워요’‘동생아, 고맙다’‘할머니, 고맙습니다’ 적어보자. 그리고 슬쩍 그들만의 공간에 넣어두자. 쪽지를 내려놓는 순간 닭살이 온몸에 퍼질 것이다. 그때 후다닥 그 방을 뛰어나오라. 그 방을 뛰어나오는 그 에너지가 바로 ‘용기’이다. 문자를 전송하는 그 ‘꾹~’누름이 용기이다. 그리고 나면 가족 중 한 사람에게 반드시 ‘고맙다’는 문자나 쪽지가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 말로 전달하자 ‘정말 고맙다’고.

 

   체계적 둔감법이라는 방법으로 두려움을 줄여가고 선택적 함구증을 풀어가는 방법으로 가족선택함구증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어색함’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특히 가족의 어색함은 곧 가족함구로 이어진다. 오랜 함구는 입냄새 그리고 비난이라는 악취와 함께 한꺼번에 상대방을 실망시킨다. 그리고 실망은 늘 복수한다.

 

   가족의 악순환, 그리고 가족의 함구는 오늘 ‘용기’라는 과정을 통해 달라진다. 함구를 선택했듯, 우리는 대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새로운 선택 앞에 ‘가화만사성’‘대화하는 가족’이라는 가훈은 개똥철학이 아니라 그야말로 ‘가훈’이 되고 ‘삶’이 되고 ‘세대를 잇는 말의 사다리’가 될 것이다. 오늘 선택하자. 


출처 : 위민넷

글쓴이 : 이호선 칼럼니스트

[이미지]

이용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오시는길
부산광역시 서구 꽃마을로 24 다비다모자원 T.051-244-2508 F.051-244-2608
E-mail.davidamj@naver.com
(c)Copyright 다비다모자원. All Rights Reserved.